내가 한 일들
자 기 소 개 하 기
g x u 김 지 수
나는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공간에 구성하는 복합 설치 작업을 한다.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작업하며, 정서적 감각과 사회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내가 속한 환경, 매일 보는 풍경, 일상 속 대화는 작업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며, 지금 바라보는 대상의 휘발성, 그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
모호한 현재, 상상 속 미래, 과거의 기억을 재조합하여 노스탤지아(nostalgia)라는 정서적 상태에 집중한다. 이는 흐릿한 조명, 천천히 회전하는 구조물, 시작과 끝이 없는 하늘 영상,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별 형태의 오브제 등을 통해 공간 안에 조형적으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비어 있음에 대한 감각은 여러 문화권에서 성장한 배경으로 인하여 소속감보다는 부유하는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뿌리내리지 않는 존재에 대한 감상은 고립감, 소외감, 외로움 같은 감정과도 연결된다.
막연한 ‘군중 속 고독‘의 감정은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의 비율이 15.5%에서 2020년 31.7%로 20년 사이 2배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타인과 관계 맺음이 부족한 1인 가구의 경우, 고립사 또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대도시 속 고립감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혼자 있음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2023년도 <무제> 영상 시리즈에서 나는 의도적으로 모르는 장소로 떠나, 홀로 숙박하며 방 안에서 작업 한 바 있다. 홀로 지내며 느낀 불안과 불면을 양 세듯이 ‘별 그리기’ 행위로 풀어냈다. 사실, ‘혼자 있음’의 개념은 오랫동안 존재했던 현상이다. 혼자로서의 시간은 인간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하며 외로움(loneliness)에 빠질 수도 있지만, 스스로 고독(solitude) 속에 유폐하여 사유에 침착할 수도 있는 계기로서 홀로 됨이라는 현상을 제시한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내 자신과 함께 있으며, 하나인 내 안에서 둘(two-in-one)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혼자 있음을 실행하는 작업을 통해 나는 온전히 혼자 있기에 온전히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단절되어 있으므로 서서히 서로에게 겹친다. 고립을 보여줌으로써 홀로 되고 홀로 됨으로써 서로에게 온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길 바란다. 그렇게 도시 속에서 각자 자기의 길을 나아가야 하지만, 그 와중에 서로의 느슨한 연대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